거제도 신선대의 밤
左남준 右지혜 (사진_최진희)

2013년 11월 7일 거제도 신선대의 밤.
머리 위에는 달 하나 별 하나.

지난 주에는 준규 오빠, 지혜 언니, 진희, 남준이 거제도에 다녀갔다.

함께 걸었던 그 텅 빈 길들이, 말들이, 그 빛이, 그 어둠이 오래오래 마음에 머물겠지.

2013.11.14 머리에 꽃을

          


David Lynch & Lykke Li - I'm Waiting Here  

2013.10.15 머리에 꽃을
          

파코와 소년
first encounter 해변 photo by Enny Lee

그 밤에 작은 유리병 속에 들어 있던 검은 것을 기억한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돌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각자 자기가 있던 곳으로 떠났다.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것처럼. 그토록 다정한 것들은 이토록 쉽게 깨어진다. 누군가는 그것을 눈물이라고 불렀다. 누군가는 그것을 세월이라고 불렀다. 의식적인 부주의함 속에서. 되돌릴 수 없는 미련 속에서. 그 겨울 우리는 낮은 곳으로 떨어졌다. 거슬러 갈 수 없는 시간만이 우리의 눈물을 단단하게 만든다. 아래로 아래로 길게 길게 자라나는 종유석처럼. 헤아릴 길 없는 피로 속에서. 이 낮은 곳의 부주의함을 본다.


일주일 째 하나의 글을  쓰고 있다.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구심점 없이 확산되는 듯하지만 어떤 중심을 향해 모여들고 있는 문장들.
어렴풋하다.



추석이다.
고요하고 서늘하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喪中이라고 적힌 흰 종이를 보았다.
우리는 죽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늘색이었다.

몇 가지 다른 종류의 흰꽃도 보았다.
죽은 사람은 각자 자신의 길을 간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각자 함께.
흰 글씨처럼. 아름답게. 

내 죽은 친구들도. 내 죽은 개도.  모두 모두 안녕하겠지.
몇 번 서로를 본 적도 있는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쓰다듬고 안아주었으면.  
   


미국에 있는 에니가 며칠 전에 찍었다며 앵무새 사진을 보내왔다.

"똑같은 옷 입고 나란히 앉아 있네. 멋지다."
"둘이 친구래."
"이 애가 주인이야?"
"아니. 주인 아니고, 친구래."
"친구라니 더 멋지다."

붉은 앵무새의 이름은 파코라고 한다.

붉은 새와 붉은 소년은 그 해변에 오래오래 앉아 있었다.  
노을이 소년을 물들이고 해변의 모래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내게도 동물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새 닮은 자세로. 말없이. 오래오래 같이 앉아 있던.
그저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2013.09.19 머리에 꽃을

          

나그참파

이 여름 마법의 향.
소진된 날들 위로 다시 피어오르는.

2013.08.10 머리에 꽃을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가슴에는 큰 태극기. 머리에는 작은 태극기.
아저씨는 봄의 백사장에서 태극 방패연을 날리고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실패 없이 실패 없이.

간신히 떠오른 연의 가장자리에는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적혀 있었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연은 겨우 겨우 낮게 낮게 날고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가망 없이 가망 없이.  

졸음 같은 봄의 한낮에.
졸음 같은 봄의 한낮을.

2013.08.06 머리에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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