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마  Ver. 3.0
(With 조연호 시인_ Electric Guitar_ 2010/08/10 녹음)    

율마는 2008년 늦봄에 태용이의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에 실린 <잠>이라는 단편을 읽고 만든 노래다.
이후 소소하게 다른 몇 가지 버전을 거쳐, 2010년 여름에 두 번째 녹음 음원 위에 조연호 시인이 노이지하고도 몽환적인 기타 연주를 (몹시도 아름답게) 덧입혀 주었다.  

--------------------------------------------------------------------------------------------------------------------------------------------------------------

그들 중 하나는 율마라는 이름의 허브를 머리맡에 두고 자라고 말해주었다. 율마의 은근한 향이 몸을 나른하게 하면서 수면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율마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율마를 머리맡에 두고 율마, 라고 불러보곤 했다. 율마, 라고 부르자 율마가 정말 율마처럼 느껴졌고 이제 율마가 아닌 다른 이름은 결코 어울리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율마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율마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밤을 새버리기 일쑤였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율마, 라고 말한 뒤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주기적으로 수분과 광합성을 공급해주었지만 율마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시들어 온몸이 검게 타 죽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며 나의 잠을 유도하려다 지친 율마는 결국 스스로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만 것이다. 죽은 율마를 데리고 뒷산으로 갔다. 모종삽으로 땅을 판 뒤 그 안에 율마를 눕혔다. 흉물스러운 율마의 시체가 어서 자기를 묻어달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아서 서둘러 흙을 덮었다. 율마의 무덤을 발로 두어 번 밟으며 의식을 치른 뒤 뒷산을 내려오면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절단할 수 없어 남의 신체 일부를 절단 내 그것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두고 돌아오는 자의 내면을 떠올렸다. 절단된 신체가 땅속에서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환영에 사로잡힌 그는 또다시 타인의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숙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거역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이다.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율마가 살아 있을 때는 율마에게 애정을 쏟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나는 율마가 죽자 상실감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율마를 사볼까 생각도 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어쩌면 나에겐 무작정 나만 바라보다가 제풀에 지쳐 시들어버리는 율마 같은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쓸모없는 생각이 불면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ㅡ 김태용, 『풀밭 위의 돼지 』중 <잠>의 부분

2015.03.27 머리에 꽃을
          

12월 씨클라우드 박지혜 + 이제니 낭독회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합정동 씨클라우드에서 박지혜 시인과 함께 낭독회를 합니다.

조용조용히 가만가만히
오래오래 천천히 천천히
각자 함께 함께 각자 서로의 시를 읽고
또 몇 곡의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그날 얼굴과 얼굴로 만나 함께 읽어요. :-)

+ 낭독회 소제목 <얼룩을 말하는 시간>은 박지혜 시인의 시 제목에서 가져왔습니다.


* 에니에게 낭독회 포스터를 부탁하면서 그냥 알아서 만들어줘 했는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렇게 고조곤한 백석의 겨울 당나귀 같은 포스터를 만들어 보내왔네.
역시. 우리 에니가 짱! :-)

2014.12.07 머리에 꽃을
          
Because We Don't Know Who We Are
Lee Jenny


I see a sad thing every day. I wash my face every day. Unaware the flower is blooming. I don’t know the flower and flower doesn’t know me. We have our own lips. We have our own eyes. Unaware the flower is dying. Flowers have fallen and fallen onto the ground. An object in the mirror is closer than it appears. You stood dimly in that distance. Until you become something with an emotion. If steadfast, is it unchanging? If unchanging, is a belief everlasting? An overgrown green leaf is in the spot where the flower was. If forgetting, is it lost? If lost, has it returned to where it is from? When I leaned on the grey light like returning to the earth, the object was covered by black like expressing itself in its own voice. If I die, the object dies. If I reach the end, the object reaches the end. Who is getting farther between the flower and me?. Who is getting closer between me and the wind. Not to believe in people is not to believe in one’s own self. A person who lies is a person who hides the flower. From now, we become forever painful. From now, we become forever sad.

(Translaion by Enny Lee, Chris Kasey)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이제니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굳건함이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오래 믿는다는 뜻인가. 꽃이 있던 자리에는 무성한 녹색의 잎. 녹색의 잎이 사라지면 녹색의 빈 가지가. 잊는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인가.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준다는 것인가. 흙으로 돌아가듯 잿빛에 기대어 섰을 때사물은 제 목소리를 내듯 흑백을 뒤집어썼다. 내가 죽으면 사물도 죽는다. 내가 끝나면 사물도 끝난다. 다시 멀어지는 것은 꽃인가 나인가. 다시 다가오는 것은 나인가 바람인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

에니가 두번째 시집의 표제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를 영어로 옮겨서 메일로 보내왔다. 영어로 된 문장을 한 줄 한 줄 찬찬히 읽고 있자니, 에니가 내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해서, 에니의 그 깊은 사랑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어떤 무언가로 가득 차오른다. 언제나 고맙고 고맙다. 에니야, 앞으로도 손잡고 함께 걸어가자꾸나. (케이시도 고마와~ :-)

2014.12.06 머리에 꽃을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저녁 늦게 두 번째 시집이 도착했다.
거제도라 다음 주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한동안 책을 쓰다듬었고. 책은 뭐라 뭐라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것으로 이미 하나의 시절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직접 보는 이 순간에야 무언가와 제대로 작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날들과 얼굴이 떠오른다.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하다.
죽은 개도 옆에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늙고 야윈 몸을 안고, 엄마 책 나왔다, 했으면 좋았을 텐데.
보이지 않지만 보고 있겠지.​

십일월이다.
좋은 날들이다. 좋은 날들이라고 쓴다.

2014.11.07 머리에 꽃을
          

박지혜, 햇빛

같은 날, 지혜 언니의 시집도 나왔다.

『햇빛』이라는 반짝이는 제목으로.
흐르는 물빛을 가만히 바라보는 눈으로.
언니는 슬픔과 슬픔과 슬픔으로 이 페이지들을 채웠겠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시집이라 가슴이 뛴다. ​​

2014.11.07 머리에 꽃을
  Login   1 [2][3][4][5][6][7]
Zeroboard / skin by luna